벌써 2026년의 절반이 지났다. 그동안 해온 것과 느낀 것을 함께 정리해 보려 한다.
AI 에이전트에 대한 피로
많은 사람이 Threads와 X에 AI 에이전트 사용 경험이나 비교 글을 올린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 매번 도움을 받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새로운 정보는 점점 줄어들고, 이미 여러 번 들었던 이야기와 바이럴을 타기 위한 호들갑은 많아져서 그런 것 같다.
이제는 새로운 기능이나 오픈소스가 나와도 대부분 설치하거나 도입하지 않는다. 그냥 ‘흠, 그렇네’ 정도의 감상만 남는다.
상반기 동안 이룬 것
- AI 계열 스타트업 인턴 합격
- 이번 학기 학점 4.x 달성
많은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지만, 세운 목표를 모두 달성한 것에 감사한다.
특히 인턴 합격이 심리적으로 크게 다가왔다. 계속해서 나 자신을 의심했고, 시장에서 무의미한 사람이 아닐까 고민했다. 그런 상황에서 받은 합격은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채용 과정에서 회사의 리소스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 합격하면 반드시 가고 싶은 회사에만 지원했다. 하지만 결국 현재 상황과 여러 이유를 고려해 합류하지 않겠다는 메일을 보냈다.
인턴 구하기가 어렵다는 시기에도 합격 목걸이를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

AI가 가져온 새로운 시대
앞에서 AI 에이전트에 대한 피로가 늘었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AI가 우리 삶에 새로운 시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을 계속해 온 나도 이제는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일이 거의 없다. 내가 작성하는 편이 토큰을 사용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빠른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AI에게 맡긴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엔지니어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드를 직접 작성하지 않을 뿐, 마크다운과 자연어로 설계하고 여러 선택지를 판단한다. 이것은 이전에도 엔지니어링에서 중요했던 일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 구현보다 설계와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AI가 만든 결과물은 계속해서 이해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는 Geoffrey Litt의 Explain Diff 스킬을 사용하고 있다. 변경의 배경과 핵심 원리, 코드를 구조적으로 설명해 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엔지니어로서 지금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추상화가 한 단계 더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우편을 보내기 위해 편지지와 우표를 준비하고 직접 우체국에 가야 했다. 이메일은 주소와 내용만 알면 이 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추상화했다.
이제는 메일함이나 각각의 앱에 직접 들어가는 과정마저 사라지고 있다. ChatGPT나 Claude에 서비스를 연동하면 자연어만으로 원하는 일을 요청할 수 있다. 사람이 앱이라는 클라이언트를 직접 사용하는 대신 AI가 앱을 사용하면서, 인터페이스가 자연어로 한 단계 더 추상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병목
신기술이 등장해 생산성이 늘어나면 과연 일이 줄어들까? 같은 일을 처리하는 시간은 짧아지지만, 그만큼 같은 근무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업무의 밀도도 함께 높아진다.
그렇다면 다음 병목은 무엇일까?
최근 개발자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개발 과정에서 인간을 최대한 분리하고, AI가 더 자율적으로 일하게 만들려는 시도를 자주 접한다. 나 역시 이런 방향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의 두 콘텐츠는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잃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인간이 개발 과정에서 멀어질수록 AI가 내리는 수많은 선택을 이해하지 못한 채 결과만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 모든 세부 사항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발의 방향을 주도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이해와 인지를 놓치면 제품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된다. 나도 직접 겪어 보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AI에게 구현을 맡기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면 팀에서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줄어든다. 혼자 하는 작업이라면 몰라도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할 때는 더욱 그렇다.
AI가 구현을 맡는 시대에는 도메인 지식과 판단의 근거를 공유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왜 이 문제를 풀고 있는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른다면 단순히 AI에게 일을 전달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만들기 어렵다.
결국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Fable 같은 최신 AI를 사용하면서도 느끼는 것은, 기존 UX와 UI에서 벗어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거나 현실 세계의 암묵지를 이해하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물론 채팅이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암묵지를 찾아내는 능력은 조금씩 발전하고 있고, 에이전트의 장기적인 맥락과 기억을 구축하려는 노력도 많이 보인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보다 코드를 잘 작성하는 일이 아니다.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결정하고, 선택의 이유를 남기며, 만들어진 결과를 끝까지 이해하는 일이다.
2분기에는 AI에게 구현을 더 많이 맡겼지만, 역설적으로 사람의 판단과 책임이 더 중요해졌다고 느꼈다. 앞으로는 AI가 잘하는 일을 직접 하려고 애쓰기보다,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문제 정의와 판단에 집중해야겠다.
July 16, 2026